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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내산☻/전시 그리고 책

피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 영화 '도가니'를 보다.

by Jay-ing 2012.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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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 영화 <도가니>를 보다.

 

@ Lotte Cinema 대전 가오점.

 

 

 

 

 

도가니가 영화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볼까 말까 볼까 말까 많이 고민했다.

습성상. 책을 읽은 후에 그 책이 영화로 각색되어 나와있는 것은 안본다.

책을 읽으며 상상하고 그렸던 것들이 영화를 보면 깨져버리곤 하니까.

 

 

소심한 고집? 처럼, 늘 그래왔다.

 

 

게다가 보고 나온 사람들이 모두 찜찜해하고 개운해하지 못한다는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봤다. 결국. 나휘랑.

 

 

 

 

 

 

한마디로 말하자면 끔찍하다.

이 더러움이 세상에 폭로되지 않았을 때, 어떤 사람들이 지금처럼 관심을 가져줬을까.

 

수년이 지난 후에, 공지영 작가에 의해 책으로 나왔고. 그게 다시 영화로 나오고. 그제서야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가끔은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펄펄 끓는 냄비근성의 폐해가 아닌가, 라고.

 

 

하지만 뒤늦게라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각색을 하는 과정에서, 허구성 내용이 섞였을 수도 있고 과장이 된 것도 있을 것이고 보여지지 않은 사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에 기반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 과정이 어찌됐던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가끔 웹사이트에 보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누구나 다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이라고 홍보하는 글을 보곤 한다.

근데, 고등학교때 기관이나 시설로 봉사활동을 가보았을때. 나는 단 한번도 사회복지사가 제대로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훌륭하신 분들도 많겠지만 말이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이, 모 지체장애인 시설에 봉사를 하기 위해 나와 친구 2명이 함께 그 시설에 방문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인가 올라갔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니까 수십명의 장애인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제일 뒷쪽에 10명 가까이 되는 사회복지사들이 앉아있었는데

 

일반 학교에서도 조회한다고 강당에 학생들 모아놓으면 산만하기 그지없는데, 지체 장애아들에게는 더 신경을 써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이 중구난방으로 뛰어다니고 화장실을 간다고 하는데 그 아무도 따라나서지를 않더라.

 

 

 

걱정되는 마음에 화장실을 따라갔는데,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여자 화장실로 데리고 갔더니 용변을 보는 것조차도 힘들어보였다. 게다가 계속 넘어져서 나를 더 깜짝깜짝 놀라게했다.

근데도 단 한명의 사회복지사가 신경을 쓰고있지 않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친구들이랑 지체장애우들 사이에서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아이가 양말을 벗어서 입에 넣는 것에도 모자라, 플라스틱 장난감을 입에 넣고 장난을 쳤다.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았고, 잘못하다가 삼키면 큰 문제가 생길수도 있었다.

 

 

근데 예방이 될수가 없었던 것이, 바닥에는 그런 장난감들이 많이 떨어져있었고 사회복지사들은 방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서 말씀을 드렸다. 치워야되는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그 중에 한분이 내게 대답했다.

치워도 금방 다시 어질러지니까 내버려두라고.

말이 되나. 삼킬 위험이 있는 장난감은 치워야하는것이 맞지 않나. 사회 복지사가 TV보려고 시설에 와있는것이 아니지 않나. 싶었다.

 

삼킬 수 있을만한 장난감은 따로 상자에 담아서 손이 닿지 않는 높은곳에 올려뒀다.

그렇게 아이들과 놀고있는데 갑자기 우르르 어른들이 내려왔다. 그 윗층은 지체 장애가 있는 어른들이 묵고있는 곳이었다.

어른들이 내려와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사회복지사, 아무나 될 수 있는 직업은 아닌것같다. 투철한 직업의식과 사명감, 희생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사회복지사를 '누구나', '돈 안들고', '학원 없이' 딸 수 있는 자격증, 그래서 얻을 수 있는 직종으로 홍보한다는 것이 내내 찜찜했던 것이다.

 

 

 

 

 

 

 

사족이 길었군. 그것도 엄청 (ㅡ.ㅡ)

 

 

어쨌든 도가니를 보면서 든 생각이었다.

장애인들의 학교, 시설은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다고 알고있다.

돈때문에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와 조금 다를 뿐인데, 왜 그들이 돈벌이 상대가 되어야하고 처참하게 짓밟혀도 도움 받기가 힘든건지.

차별이 아니라 차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다칠지 모르는데,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건데.

지금 나는 장애가 없다는 것이 장애가 있는 사람들 혹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특권따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물론 다른 문제들도 마찬가지지만) 펄펄 끓고 식어버리는 양은 냄비가 아니라 오랫동안 뜨거움을 유지하는 뚝배기같은 정신이 필요할 듯 싶다.

 

인화학교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모든 장애인들의 인권과 복지가 보장될때까지.

 

 

이 세상에 모든 도가니. 세상을 바꾸자!